2011년 12월 12일 월요일

User scenario

안녕? 나는 히니입니다. 나는 벌써 4개월 하고도 반이나 된 자라나는 꿈나무입니다. 나는 제희, 메이언니와 살고 있습니다. 내가 이 가족이 된 것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입니다. 그때 나는 지금처럼 잘 뛰지 못했고 높은 곳에도 올라갈 줄 몰랐습니다. 나는 세 형제와 함께 작은 종이 상자 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느 날인가 엄마가 나갔다가 한참을 돌아오지 않았고 나이 많은 여자가 우리가 든 상자를 옮겨 버리려다 우리를 발견하고 제희에게 나를 맡겼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처음 만났습니다.
제희는 28년이나 살았다고 합니다. 28년이 얼마만큼인지는 잘 몰라도 내가 엄마를 기다리던 시간보다는 짧을테죠. 제희의 집은 놀이터보다도 작습니다. 하지만 제희는 우릴 위해 캣타워도 사줬습니다. 그것을 사기 위해 제희는 열심히 일했다고 합니다. 요즘도 제희는 일을 하러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옵니다. 아마도 캣타워를 백개쯤 사줄 생각인가 봅니다. 나와 메이언니는 한 개면 족한테 말입니다. 아무튼 제희는 착한 것 같습니다. 먹이도 주고 매일 화장실도 치워줍니다. 솔직히 한두번은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그정도는 봐줄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캣타워 백개를 사주기 위해 열심히 일하러 나가니까요. 우리 엄마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매일 밖으로 나갔다 돌아오곤 했습니다. 나는 먹이구하러 나가본적이 없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제희도 우리 엄마처럼 밖에서 먹이를 구해다 줍니다. 가끔 간식을 구해오기도 합니다. 나는 그럴 때 제희가 가장 좋습니다. 제희는 종종 내 집에 다른 사람을 데려오기도 합니다. 그 여자사람은 올때마나 손을 휘휘 내저으며 제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야, 어차피 키울거 종있고 예쁜애로 키우지 하필 도둑고양이를 주워다 키우냐.?”
그럼 제희는 내가 휴지를 물어뜯었을때만큼 화를 내며 말합니다.
“니 남자친구보다 이쁘니까 상관마. 그리고 너 유기묘들 보호소로 보내지면 어떻게 되는줄은 아니? 몇일 기다리다 주인 안나타나면 안락사야 안락사. 지지배가 정이없어, 불쌍하지도 않니?”
“불쌍은... 니가 더불쌍하다. 고양이 사료산다고 지는 도시락 싸들고 다니고.”
잘은 몰라도 나는 저 여자사람이 싫습니다. 제희는 나를 보면 입꼬리가 올라가는데 저 사람은 입꼬리도 올라가지 않습니다.
여자사람이 제희를 빼앗아가기 전에 나는 제희를 지켜야 합니다. 나는 우아하게 뛰어올라 제희의 무릎 위에 눕습니다. 내가 누우면 제희는 내 목을 쓰다듬어 줍니다. 나는 귀와 수염이 눕고 눈이 감깁니다. 그때 여자사람이 날 만지려 합니다. 나는 잔뜩 긴장합니다.
“야 얘 왜이래? 수염 눕고 귀 누웠는데 나 좋아서 그런가?”
“그,그런가?”
여자사람은 나를 만집니다. 나는 맹수처럼 으르릉거리며 여자사람을 위협합니다. 그러나 눈치없는 저 사람은 손을 치우질 않습니다.
“기다려봐, 이거 새로 받은 어플인데 이거 써보자. 이거 쓰면 고양이 기분을 알 수 있데.”
“에이, 그런게 어딨냐, 그리고 딱봐도 좋아하는구만.”
제희는 또 네모난 기계를 나에게 들이댑니다. 찰칵 소리와 함께 빛이 번쩍 합니다. 나는 깜짝 놀래 여자 사람의 손을 물어버렸습니다.
“어머 괜찮어? 거봐 화났다고 했잖아, 이거봐.”
제희는 네모난 기계를 여자사람에게 보여줍니다. 슬쩍 보니 거기엔 화를 내고 있는 내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아우 아프게도 무네. 피나 피.”
“고거가지고 엄살은. 이거나 봐봐. 수염 눕고 귀 눕고 눈 땡그랗고. 99% 확률로 널 경계하고 위협하는거래잖아.”
제희와 여자사람은 한참을 그 기계를 들여다보며 다시 나를 찍고 꽁시랑대느라 바쁩니다.
실은 제희가 저러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제희와 놀고 싶어서 제희를 부르며 졸졸 따라다녔는데 제희는 내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고 병원엘 데려갔었습니다.
“이거, 그때 병원에서 우연히 알게된 어플인데, 고양이 감정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어플이래. 이렇게 고양이 사진을 찍으면 몇 %의 확률로 어떤 감정인지도 나오고, 일간, 주간, 월간 고양이 다이어리도 쓸수 있고. 그리고 감정에 따른 대처법이랑 고양이물품 가격비교해서 사이트도 쭉 나와. 짱좋지?”
제희는 내가 높은 곳을 정복했을테처럼 우쭐해 합니다.
“고양이다이어리는 무슨. 쟤가 일기쓰냐?”
“쯧쯧. 넌 말이 안통해.”
둘이서 뭐라고 떠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됐든 저 네모난 기계가 빛나면서 내 모습을 담기 시작한 후로 제희는 내 말을 더 잘 알아듣습니다.
메이 언니가 책상 구석에서 기지개를 켜며 나와 화장실을 갔다가 그냥 나오더니 나에게 말합니다.
“히니, 나 화장실 더러워서 똥 못싸겠어.”
나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언니도 저 네모난 기계 빛나게 해봐. 그럼 제희가 화장실도 치워주고 밥도 제때 주고 쓰다듬도 해줘.”
나는 아무래도 천재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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